좋은 글(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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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길 - 안도현
그대에게 가는 길 - 안도현 그대가 한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 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2020.04.06 -
저녁에 - 김광섭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 - 김광섭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캔버스에 유채, 236cm×172cm, 1970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 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유심초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81)
2020.04.02 -
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 - 도종환
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 - 도종환 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 그대의 모습이 다른이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힘겨움을 이기지 않고 아름답게 거듭나는 것은 없습니다. 작은꽃 한송이도 땡볕과 어두움과 비바람을 똑같이 견딥니다. 마을 어귀의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견디는 비와 바람을 채송화와 분꽃도 똑같이 견딥니다. 그대 거기 있다고 외로워 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것 중에 외롭지 않은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들판의 미루나무는 늘 들판 한 가운데서 외롭고 산비탈의 백양 나무는 산 비탈에서 외롭습니다. 노루는 노루대로 제 동굴에서 외롭게 밤을 지새고 다람쥐는 다람쥐 대로 외롭게 잠을 청합니다. 여럿이 어울려 흔들리는 들풀도 다 저 혼자씩은 외롭 습니다. 제 목숨과 함께 외롭습니다. 모두들 세상에 나와 혼자 먼길을 갑니다. 가..
2020.03.16 -
나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았네 - 윌리엄 워즈워드
나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았네 -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 1770–1850, English Romantic poet ) 골짜기와 언덕 넘어 높이 떠다니는 구름처럼 나 외로이 떠돌았네그러다 수많은 황금빛 수선화를 문득 보았네 그 수선화, 호숫가와 나무 밑에서 미풍에 살랑이며 춤추고 있었네수선화는 만의 가장자리 따라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네 은하수 되어 반짝이며 빛나는 무수한 별과 같이 흥겹게 춤추며 고개를 까닥이는 수많은 수선화를 한눈에 보았네수선화 곁 물결들도 춤추었지 그러나 수선화의 흥겨움이 반짝이는 물결보다 컸다네 이렇듯 유쾌한 벗과 함께 하니 시인이라면 그 아니 즐거울까 나는 보고 또 바라보았지만 그 광경이 얼마나 큰 부유함을 선사했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네 종종 침..
2020.03.16 -
세월 류시화
세월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 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 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2020.03.08 -
엄마야 누나야 - 소월시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2020.02.22 -
소월시 모음 ( 진달래꽃 , 개여울 , 산유화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꽃은 여러 버전의 노래가 있다. 대중적으로는 마야의 노래가 알려져 있으나 가곡으로도 여러 작곡가의 아름다운 선율이 있다. 마야-진달래꽃 진달래꽃 - 백남옥 노래, 김동진곡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산유화 - 김성태곡 Sop. 이해원 산유화 - 이현철곡 대전..
2020.02.19 -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 박노해
“나에게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어리석은 것과 지혜로운 것,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 을 식별하는 잣대가 있다. 좋은 것으로 나쁜 것을 만드는가 나쁜 것으로 좋은 것 을 만드는가.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가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드는가. 물질의 심장을 꽃피워내는가 심장을 팔아 물질을 축적하는가. 최고의 삶의 기술 은 언제나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꽃피우는 것이니. 하여 나의 물음은 단 세 가지다.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 일도 물건도 삶도 사람도. 내 희망은 단순한 것. 내 믿음은 단단한 것. 내 사랑은 단아한 것. 돌아보면 그랬다. 가난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고난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고독이 나를 단아하게 만들었다. 그것들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들..
2020.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