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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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 박노해
다시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2019.10.16 -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수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수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는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것을 돌아보면 좋은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게 나쁜것이 아닌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마라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마라
2019.10.16 -
밤새 내린 비 - 이정하
밤새 내린 비 이정하 간밤에 비가 내렸나 봅니다. 내 온몸이 폭삭 젖은 걸 보니 그대여, 멀리서 으르렁대는 구름이 되지 말고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2019.07.30 -
8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8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물매미 울음소리가 장단을 맞추는한여름 소요하는 연못에 올해도 어김없이 연꽃이 피었습니다 능소화가 세월을 넘 듯 담장을 넘고 다가서지 않아도 뜨거운 햇살을 당신은 오늘도 온몸으로 담아내고 있군요 8월의 당신과 달빛 고요한 연못에서 고승이 전해주는 연꽃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싶은 밤 연꽃과 연꽃사이로 흐르는 꽃물결처럼 당신과 나 사이에도 무엇이 흥건하게 흐르고 있음을 뉘 알겠는지요 다만 하늘이나 내려다 보고 슬그머니 축복의 밤이슬이나 뿌려줄 일이지요 8월의 어느 하루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고개인들 쉬이 오를 수 없음이니 그저 사랑이라는 말도 당신과 나 사이 꽃잎 떨리는 물소리에 천천히 속으로 피어나는 연꽃같은 것을 그러나 진흙속에서도 꽃과 잎이 흐트러짐없이 깨끗한 모습이 하..
2019.07.26 -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2019.07.26 -
여행자에게 - 나태주
여행자에게 - 나태주 풍경이 너무 맘에 들어도 풍경이 되려고 하지는 말아라 풍경이 되는 순간 그리움을 잃고 사랑을 잃고 그대 자신마저도 잃을 것이다 다만 멀리서 지금처럼 그리워하기만 하라.
2019.07.12 -
능소화 - 이화영
능소화 이화영 둑방길 지나는데 시멘트 담벼락 움켜쥐고 능소화가 피었다 우주 한 귀퉁이를 휘어 감고 오르는 본능적인 꽃 여름 내 폭염마저 흔들어 놓고 갈 저 주황빛 웃음이 치명적이다 더 이상 기다림은 거부하듯 입술 언저리 말아 올리며 목젖까지 보이는 헤픈 년 그때도 7월이었지 그 애랑 들렀던 강촌 민박 덜렁거리는 간판아래 손바닥만 한 화단 오만하게 뒤틀려 등나무를 타고 오르던 꽃이 너무 환해 손으로 가리키자 그 애 입에서 꽃 이름이 입술과 같이 튀어나왔다 능.소.화 생장이 빠른 것에 비해 줄기가 약해 해마다 할아버지가 뒤뜰에서 대나무를 베어와 버팀목을 만들어 주었다는 설명도 같이 피어올랐지 등을 켠 꽃잎마다 이별을 베어 물고 고른 숨 내 쉬지만 움켜쥔 손톱 멍 자국이 가실 때쯤이면 다시 피 멍이 든다 그리..
2019.07.08 -
신영복 선생님의 석과불식(碩果不食)
신영복 선생님의 석과불식(碩果不食) “석과는 먹지 않고 씨를 받아 땅에 묻어 새 싹을 피웁니다. 가을철에 딱 한 개 남아 있는 석과 그림을 보면 석과불식의 교훈을 짐작할 수 있어요. 다 떨어뜨린 잎사귀는 환상과 거품이죠. 우리 사회가 환상과 거품이 참 많습니다. 역경을 이기고 진정한 희망을 키우기 위해서는 환상과 거품을 청산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무의 뼈대가 드러나죠. 뼈대를 직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주체성, 경제적 자립성, 문화적 자부심 등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뼈대입니다. 환상과 거품을 청산하면 우리 사회의 뼈대가 드러날 것입니다. 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단히 힘든 역경에 처했을 때 환상과 거품을 없애고 나 자신의 현실의 모습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201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