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시 모음 ( 진달래꽃 , 개여울 , 산유화 ..)

2020. 2. 19. 20:41좋은 글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꽃은 여러 버전의 노래가 있다. 대중적으로는 마야의 노래가 알려져 있으나 가곡으로도 여러 작곡가의 아름다운 선율이 있다.

마야-진달래꽃

진달래꽃 - 백남옥 노래, 김동진곡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산유화 - 김성태곡 Sop. 이해원

산유화 - 이현철곡 대전시립합창단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그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뒷쪽의

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접동새 - 정부기곡 선명회합창단

 

못잊어

http://www.krsong.com/bbs/board.php?bo_table=01_1&wr_id=22677&sfl=wr_subject%7C%7Cwr_content%7C%7Cas_re_name&stx=%EB%AA%BB%EC%9E%8A%EC%96%B4

 

못잊어

김소월 시/김동진 곡/소프라노 김금희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데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오리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데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www.krsong.com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못잊어 - 소월시 조혜영곡 국립합창단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홀려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約束)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님에게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옛 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만한 세상(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前)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 줍니다

 

풀따기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울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는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怜悧)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무슨 뜻인 줄을 알았스랴.

제석산(帝釋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무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드도록 귀에 들려요

고히도 흔들리는 노래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께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 없이 잊고 말아요

 

생에 대한 깨달음은 〈산유화〉·〈첫치마〉·〈금잔디〉·〈달맞이〉 등에서 피고 지는 꽃의 생명원리, 태어나고 죽는 인생원리, 생성하고 소멸하는 존재원리에 관한 통찰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시 〈진달래꽃〉·〈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먼후일〉·〈꽃촉불 켜는 밤〉·〈못잊어〉 등에서는 만나고 떠나는 사랑의 원리를 통한 삶의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한 민요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생에 대한 인식은 시론 〈시혼〉에서 역설적 상황을 지닌 ‘음영의 시학’이라는, 상징시학으로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