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천상병

2020. 8. 11. 00:59좋은 글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