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 문정희
2020. 7. 21. 11:17ㆍ좋은 글
새벽별처럼 아름다웠던 젊은 날에도
내 어깨 위엔
언제나 조그만 황혼이 걸려 있었다
향기로운 독버섯 냄새를 풍기며
손으로 나를 흔드는 바람이 있었다
머리칼 사이로 무수히 빠져 나가는
은비늘 같은 시간들
모든 이름이 덧없음을
그때 벌써 알고 있었다
아! 젊음은
그 지느러미 속을 헤엄치는
짧은 감탄사였다
온 몸에 감탄사가 붙어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른 잎사귀였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는
광풍의 거리
꿈과 멸망이 함께 출렁이는
젊음은 한 장의 플래카드였다
그리하여
나는 어서 너와 함께
낡은 어둠이 되고 싶었다
촛불 밖에 스러지는
하얀 적막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