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조지훈

2020. 4. 11. 16:18좋은 글

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