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 이화영
능소화 이화영 둑방길 지나는데 시멘트 담벼락 움켜쥐고 능소화가 피었다 우주 한 귀퉁이를 휘어 감고 오르는 본능적인 꽃 여름 내 폭염마저 흔들어 놓고 갈 저 주황빛 웃음이 치명적이다 더 이상 기다림은 거부하듯 입술 언저리 말아 올리며 목젖까지 보이는 헤픈 년 그때도 7월이었지 그 애랑 들렀던 강촌 민박 덜렁거리는 간판아래 손바닥만 한 화단 오만하게 뒤틀려 등나무를 타고 오르던 꽃이 너무 환해 손으로 가리키자 그 애 입에서 꽃 이름이 입술과 같이 튀어나왔다 능.소.화 생장이 빠른 것에 비해 줄기가 약해 해마다 할아버지가 뒤뜰에서 대나무를 베어와 버팀목을 만들어 주었다는 설명도 같이 피어올랐지 등을 켠 꽃잎마다 이별을 베어 물고 고른 숨 내 쉬지만 움켜쥔 손톱 멍 자국이 가실 때쯤이면 다시 피 멍이 든다 그리..
201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