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박목월
2009. 6. 14. 09:12ㆍ좋은 글
장맛-박목월 시
어둑한 얼굴로
어른들은 일만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아이들은 자라지만
종일 햇볕 바른 양지쪽에
장독대만 환했다
진정 즐거울 것도 없는
구질구질한 살림
진정 고무신짝을 끌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어린것들은
보내지만/종일 장독대에는
햇볕만 환했다.
누구는 재미가 나서 사는 건가
누구는 낙을 바라고 사는 건가
살다보니 사는 거지
그렁저렁 사는 거지
그런대로 해마다 장맛은
꿀보다 달다/누가 알 건대
그렁저렁 사는 대로 살맛도 씀씀하고
그렁저렁 사는 대로 아이들도 쓸모 있고
종일 햇볕 바른 장독대에
장맛은 꿀보다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