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천년의 바람, 바람에 대하여

2020. 8. 8. 14:13좋은 글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바람에 대하여 1  - 박재삼



결국은 우리는
바람 속에서 커 왔고나
그 바람은 먼 여행을 하고
지금도 안 끝나고 있다.

겨울의 아득한 들판 끝에서
봄의 노곤한 꽃 옆에서
여름의 숨차던 녹음 곁에서
그리고 드디어
이제는 빛나는 찬바람이 되어
소슬하게 가슴에 넘치게
수확의 열매와 함께 왔고나.

 



이 바람을 나는
나서 지금까지
거느리고는 왔으나
어쩔 것인가
아직도 그 끝을 못 잡고
어리벙벙한 가운데 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