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 김선굉
2020. 7. 1. 20:49ㆍ좋은 글
저 등대를 세운 사람의 등대는 누가 세웠을까.
물의 사람들은 다 배화교의 신자들.
폭우와 어둠을 뚫고 생의 노를 저어
부서진 배를 바닷가에 댄다.
등대 근처에 아무렇게나 배를 비끄러매고,
희미한 등불이 기다리는 집으로
험한 바다 물결보다 더 가파른 길을 걷는다.
내 생의 등대가 저 깜빡이는 불빛 아니던가.
허기진 배로 문을 열면 희미한 불빛 아래
난파한 배처럼 이리저리 널린 가족들.
내가 저 어린 것들의 등대란 말인가 하면서
그 곁에 지친 몸을 누이고 등불을 끈다.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424>등대 " 에서 가져옴
https://www.donga.com/news/List/Series_70040100000124/article/all/20150612/718217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