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2019. 7. 26. 20:08ㆍ좋은 글
8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물매미 울음소리가 장단을 맞추는한여름
소요하는 연못에
올해도 어김없이 연꽃이 피었습니다
능소화가 세월을 넘 듯 담장을 넘고
다가서지 않아도 뜨거운 햇살을
당신은 오늘도 온몸으로 담아내고 있군요
8월의 당신과 달빛 고요한 연못에서
고승이 전해주는 연꽃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싶은 밤
연꽃과 연꽃사이로 흐르는 꽃물결처럼
당신과 나 사이에도
무엇이 흥건하게 흐르고 있음을 뉘 알겠는지요
다만 하늘이나 내려다 보고
슬그머니 축복의 밤이슬이나 뿌려줄 일이지요
8월의 어느 하루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고개인들 쉬이 오를 수 없음이니
그저 사랑이라는 말도
당신과 나 사이 꽃잎 떨리는 물소리에
천천히 속으로 피어나는 연꽃같은 것을
그러나 진흙속에서도
꽃과 잎이 흐트러짐없이 깨끗한 모습이
하루 당신의 인내가 마냥 고마울 뿐입니다
당신과 이렇게 시원한 정자에 마주하니
한잔술에 시한수로
모시 적삼에 부채를 든 선비가 떠오릅니다
한낱 무의미한 것들에
집착하고 연연해 하던 마음
다 연못에 던지고 나니
8월의 당신에게서 신선의 소리가 들립니다